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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부콩은 따놓고 며칠두면 노랗게 익는다. 잘 익은것은 꼬뚜리가 꼬이며 씨가 뛰쳐나가기도한다. 씨가 뛰쳐나가면 꽤 멀리 날아간다.
내가 외출한 사이 욱희님이 동생과 두엄탕을 만들었다. 집 뒤를 깔끔하게 쳐냈는데 언덕이 훤해지고 나무가 깔끔히 정리돼 보기 좋다. 하지만 5월부터 키우던 검정콩 몇개, 물탱크 옆에서 덩굴손 뻗으며 꽃이 피던 동과도 같이 날라갔다. 물론 두엄탕은 고맙고 마음에든다. 오랫동안 만들었으면 했던것이고 이제 주위에서 나오는 유기물들을 활용할수 있으니까. 퇴비장 구역으로 멋스럽게 꾸며보고 가꾸어가며 관찰하는 즐거움이 있을것이다.
나는 별도의 두둑없이 풀과 같이 작물을 함께 키우는데 식물 위치는 나만아니까 바라숨 정원을 시작한 이후 몇회의 예초작업때 조금씩 심었거나 척박한 토양에 키가작게자란 작물이 잘려나가기도 했다. 구역을 일러주거나, 돌로 태두리표시, 풀멀칭으로 표시, 주위 손 낫질, 이름표도 꽂고 긴 지주대로 표시도해보고 그래도 모든 작물을 다 하기란 어렵고, 다 초록이니 세심히보지않으면 구별이 어렵다. 최대한 표시하고 알려줘도, 최대한 조심스럽게 작업해도 하다보면 몇개씩 잘리게된다. 나도 가끔은 줄기를 잘라먹기도하니 이해는한다. 하지만 욱희님은 일말의 미안함도 사과도없으니 서운한것이다. 욱희님은 오히려 일해주고 핀잔듣는다고 불퉁해지지만 나는 맨날보던 녀석들이 잘려있으니까 그런일이있으면 한동안 상실을 느낀다. 그런 아이가 까치콩, 줄기콩, 검정콩, 동부, 결명자 등(다른 개체가 많이 있어서 나름 괜찮은것은 제외) 비어있는 그 자리들을 볼때마다 자연히 떠오르는 것이다.
내년엔 빽빽히 심는다해도 올해 한번 지나간 계절은 한바퀴를 다시 돌아야하니 무사히 씨도 받아서 심어야하니 당장 심은 디자인을 크게 바꿀수는 없으니 이런저런 이유들이 어려운 것이다.
이런 서운함도 상실감도 기록도 언젠가는 웃을수있는 이야기가 될테니 기록해본다. 풍성해질 바라숨, 드러날 바라숨, 우리의 손길과 마음을 축복하며.
과정이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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